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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y의 치유여정

범인은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

by 브레이 Bray 2020. 12. 9.

나의 힐링 여정 스테이지2 -

'영향받지 않는 삶'

에 딱 필요한 가르침이다.

범인은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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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videos/731063281120621/

 

몇 해 전, 집필실에 도둑이 들어 노트북 컴퓨터와 현금을 도난당했다. 컴퓨터는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새것이었고, 현금은 잠시 얹혀살던 지인이 ‘나 몰래’ 옷장에 숨겨 둔 것이었다.

 

잠깐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집필실에는 책을 읽고 찾아온 몇 사람이 일종의 공동체처럼 생활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중 한 친구의 생일이어서 다 함께 밖에 나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그 한 시간여 사이에 도둑이 든 것이다. 방 안이(특히 장롱 앞이) 미친 듯이 어질러져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복 차림의 형사는 이마를 세게 부딪치며 낮은 대문 안으로 들어오더니 대뜸 몽둥이가 없느냐고 물었다. 집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도둑을 제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마당에 나무가 많긴 했지만 그런 몽둥이가 있을 리 없어 성급히 집어 준 막대기는 썩기 직전의 나뭇가지였다.

 

형사는 부실한 막대기를 들고 용감하게 집 안으로 진입했으나 흉기를 들었을지도 모르는 도둑은 ‘다행히’ 간 곳 없었다. 80년 된 목조주택 이층 허술한 창문으로 넘어오고 넘어간 발자국만 선명했다. 소도둑 발이라더니 발자국이 컸다.

집주인인 나는 현금 두둑이 도둑 맞은 이와 함께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써야 했다. 이제 생각났는데 월든 호수에 갔을 때 사 온 금색 잎사귀 모양의 책갈피도 사라지고 없었다. 책상에 놓인 걸 보고 순금이라 여겨 집어간 모양이었다. 반짝인다고 해서 다 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도둑이 몰랐다니!

 

그런데 진술서를 작성한 후 담당 형사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집에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정황으로 미뤄 보아 ‘범인은 내부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마를 문지르며 집 안으로 돌진하는 형사를 지켜보던 독특한 사람들(내 독자들은 포스가 남다르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의심이라 웃으며 경찰서를 나섰다.

도둑 들었다는 소문이 이웃에도 퍼져 나가, 나만 보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물점 사장이 길에서 나를 불러 세우더니 목소리를 깔며 또 말하는 것이었다.

범인은…… 내부에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리 없었다. 다 함께 마주 앉아 만두전골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는데, 그중 누군가가 신출귀몰하게 도둑으로 변신하는 재주를 가졌다면 왜 좁은 집에서 나물만 먹으며 살겠는가.

 

며칠 뒤에는 얕은 담으로 넘어다보던 옆집 아저씨가 뒷마당에 어정거리는 다른 사람들 들을세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은근히 큰 소리로 말했다. 범인은 분명히 내부에 있다!고. 나는 가지 부러진 감나무 아래서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글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이제쯤 이 글이 말하려는 바를 눈치챘을 것이다. 몇 안 되는 공동체의 일원 중 한 사람이 틀림없이 범인이었을 것이라고 무릎을 친다면 당신은 내 글을 많이 읽지 않았거나 형사 기질이 있는 게 틀림없다. 다시 잘 생각해 보라.

 

‘범인은 내부에 있다.’ 왠지 진리처럼 들리지 않는가. 이 한 줄로 한 권의 책을 대신하고 싶을 정도이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불평할 때, 인생이 문제투성이라고 투덜거릴 때, 우여곡절 많은 삶을 향해 저주를 퍼부을 때, 그 모든 문제의 범인은 당신 내면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거나, 아무리 뒤져도 환희에 차거나 감사할 일을 발견할 수 없다고 느낄 때에도.

 

모른 척할 수 없는 이 진실, ‘범인은 내부에 있어, 바보야.’라는 말에 당신은 뜨끔할 것이다. 물론 방심하는 사이 외부에서 난입해 마음을 뒤집어 놓고 소중한 것을 앗아 가는 악당들도 있지만, 결국 그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 외부에 있는 요소들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조건들도 있으나,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당신이 발달시킨 마음 상태이다. 그 마음을 벗어나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마음이 만들어 내는 존재이며, 흑백이든 상상의 색채이든 삶은 궁극적으로 그 마음이 연출하는 빛과 그림자 연극이다. 시간이 지나 그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진행 상황을 묻자 그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범인이 내부에 있을 수 있으니 ‘잘 관찰하라’는 명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