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y의 치유여정

괜찮은건가... 괜찮은척인가...

브레이 Bray 2020. 9. 4. 16:08

간밤 꿈속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깨어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직면할 때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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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쉬었다가 간만에 재개되는 수업시간.

설레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홀에 들어서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축하파티가 있다며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내 수업인데 내가 모르는 축하파티가 있어?'

의아했으나 괜찮은 척 태연한 척하며 

사람들을 지나쳐 홀 정면 단상으로 걸어간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정장인지 턱시도인지를 갖춰 입고 있다.

이윽고 단상에 이르러 마이크 잡고 있는 C를 발견한다.

(한동안 지긋지긋하게 꿈에서 만난 인간이다.

치유 시작되고 거의 안보여 편했건만...)

날개 달린 화려한 턱시도를 입고 있다.

 

 

이런 느낌 ㅋㅋ

상대적으로 초라한 내 의상과 비교되어 순간 위축된다.

 

마이크를 잡고 본인과 L이 노래할 거라고 발표한다.

'오잉? 내가 모르는 행사를 나랑 상의도 없이...?'

불쾌함이 쑥 올라왔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소개받은 L이 나와서 C와 매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다.

심사가 뒤틀렸지만 역시 내색하지 않는다.

L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기 시작한다,

표정과 몸짓에 긴장이 가득해 보인다.

 

처음엔 미디엄 템포로 시작하다 빠른 템포의 댄스곡으로 바뀐다.

갑자기 격하고 절도 있는 춤이 더해진다.

몸에 긴장이 너무 많아 불안해 보인다.

그때 어릴 적 모습의 두 아들이 나타나 옆에서 함께 춤춘다.

아는지 모르는지 L의 춤은 계속 이어지고

그 격한 움직임에 팔이나 다리에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된다.

부딪지는 않았으나 아이가 넘어진다.

아이에게 가지 않고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외면한다.

씩씩대며 홀 뒤쪽으로 걸어 나온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남에게 들리지 않게

입으로 육두문자를 쏟아내면서 나오다 고개 돌려 C를 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는 것 같다.

 

리셉션에 나오니 수업 들으러 온 사람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다시 홀로 돌아온다.

 

내 불편한 심기를 알았는지 파티가 서둘러 종료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퇴장하기 시작.

수가 많아 매우 복잡하다.

그 무리에 끼어 움직이다 보니 전철역까지 와버렸다.

전철역에서 홀까지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어 피하다가

얼결에 휩쓸려 온 거다.

 

무리에서 힘들게 빠져나와 되돌아오는 지하도 안.

한적한 가운데 초등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엄마가 장난치며 지나간다.

구불구불한 길바닥이 미끄러워 코너를 돌 때마다

힘들게 균형 잡으며 돌아오다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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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꿈 내용을 들려주었더니  

이제 찐 에고를 만날 때가 된 것 같다며 

그럴싸한 해석을 돌려준다.

 

- 특정 사람들에게 화 내고 미워하는 패턴의 기저에

  내 감정을 알아주지 않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있을지 모른다.

- 상황마다 즉시 대처하지 못하는 습성은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

- 이제 때가 되어 신성이 그걸 알아차리라고 하는 것 같다.

 

 

지난 월욜 줌으로 받는 대면 수업.

원래 3시간 약속인데 2시간 만에 끝났다.

시간이 남았다며 내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다 보니 어영부영 시간 때우다 2시간 반 만에 종료.

'이거 뭐지?' 하다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 시간 이후 영 맘이 거시기한 거다.

그 맘을 잘 들여다보니...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받는 수업!

1시간이나 단축할 때에는 그 연유를 들을 권리가 내게 있다.

상대가 알려주지 않으면 내가 질문해서

온전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다.

당시에는 괜찮은 척 넘기고는 뒤늦게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

못내 불편한 앙금으로 남았다...

는 것을 알았다.

 

톡으로 불편함을 표현할까 하다가

'다음 주 수업 때 말하지 모' 하고 맘을 고쳐 먹었었다.

이마저도 괜찮은 척의 연장일 수 있지만...ㅠㅠ

 

 

그로부터 며칠 지난 어젯밤 이 꿈을 꾸었다.

무의식이 이제 그 패턴들을 깨 보라고

다시 한번 들춰준 것일까?

 

최근 심기를 어지럽히는 문제들이 중첩되고 있는 가운데

괜찮다고 하는 그것들이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직면하기 싫어 괜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건지

매 순간 차분하게 들여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