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y의 치유여정

아카이빙 본능

브레이 Bray 2020. 9. 2. 23:21

youtu.be/YTSU_PbP3W0

 

'내가 왜 그렇게 독서와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는지 들여다봤더니
새로운 것을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독서와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 젊은 유튜버의 말이다.

나 역시 비슷한 성향을 타고났는지
어려서부터 아카이빙 본능에 충실한 편이었다.


책 읽을 때, 공부할 때, 무언가 새로 배울 때 
시간 지나면 기억이 증발되기 마련이라,
증발되기 전, 최대한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겨놔야 안심이 되곤 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잘하는 짓!
정성껏 노트 필기 정리하기.
내가 그랬다. ㅋㅋ
수업 시간에 빨리 적어야 해서 대충 흘겨 쓰고는  
나중에 3색 볼펜과 자를 이용해서 
얼마나 정성껏 정리했는지!
나중에 버릴 때도 손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맘에 드는 책, 맘에 드는 대목을 만나면 
볼펜 혹은 하일라잇펜으로 밑줄 쫙~
다 읽고나서는 역시 노트에 정성껏 필사!
이 재미가 쏠쏠해서 지금도 꾸준히 하는 편이다. 
최근엔 게을러러져서 노트북 하드에 사진 파일로.^^;; 


강의를 들을 때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유튜브나 세바시 등에서 좋은 강의를 만나면
요약한 내용을 기록하여 개인 블로그에 링크 걸어 남긴다.

이러한 내가 춤 선생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 
춤 배울 때 기록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짐작될 것이다.
대학생 시절, 문화센터에서 배울 때부터 
배운 모든 내용은 한순간도 빼먹지 않고 노트에 남겼다.

당근 그 노트들은 지금도 잘 보관돼 있다.

런던 춤 유학 시절엔 이것 때문에 파트너랑 다투기도 했는데... 
연습을 통해 몸에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와
몸으로 받아들이는데는 한계가 있으니 기록으로 남기려는 나. ㅋㅋ
그래도 훗날 이 기록들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지도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였고 역시 지금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처음으로 강사료를 받고 춤을 지도했을 땐  
수업한 내용들을 디테일까지 꼼꼼히 기록했다.
심지어 어떤 표현을 할 때 사람들이 웃고
어떤 대목에서 썰렁해지는지에 대해서까지 매우 구체적이었다.
노트는 항상 갖고 다니며 수시로 봤고 다음 수업 전에 필히 읽어서 
더 나은 수업이 되도록 늘 노력했다. 

이 습관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서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 수업 내용을 리뷰로 남기고 있고.



며칠 전 페북에서  
Ben Folds 노래 'Still Fighting It' 뮤직 비디오를 보고

 

youtu.be/kqPwR39VMh0

 

두 아들과 찍었던 동영상을 뒤져
10분 정도 분량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었다.
하루 정도면 될 줄 알았건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무려 3일이나 걸렸다.ㅠㅠ 
거의 영혼을 갈아 넣은 기분이다.

 

아카이빙 본능에 충실한 보람이 느껴진달까?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지만  
만들고 보니 기분 삼~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