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5 눈을 들어 주변을 보니
1
횡단보도 앞.
목적지로 이동할 노선 확인 차
핸펀 들여다보고 있는데
누가 '안녕하세요' 한다.
아는 사람인가 하고 봤더니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살짝 장애가 있어 보이는 청년이
눈에 웃음 담아 자전거에 앉아있다.
어정쩡하게 멋쩍게 웃으며 화답.
얼마 전 길에서 처음 본 꼬맹이에게
인사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반갑게 인사한 청년에게 좀 미안한 맘이 올라와
다시 한번 아이 컨택 후 턱을 까딱하며
맘속으로 '반가워' 하고 웃었더니,
마스크 속에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신호 바뀌고 유유히 건널목을 건너가는 모습을 본다.
꽤 오래 입어 줄어든듯한, 살짝 올라간 검정 티.
역시 검정색 7부 추리닝 바지 위로 올라온
하늘색 체크무늬 트렁크 빤쮸.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기분 좋다.?
2
잠시 후 정발산역 입구.
아까 만난 청년의 미소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계단을 내려가는 중.
누군가 옆을 지나가는데 왼쪽 뒤통수가 따갑다.
선우(중3)뻘로 보이는 중딩 녀석이
무심한 듯 지나치는데 나를 의식하는 게 느껴진다.
자세히 보려 하니 고개를 돌린다.
내리막 계단서는 습관적으로 뛰듯 가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내가 지나치려니 녀석도 같이 뛴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다섯 계단 정도 남기고는 점~프.
내 어릴 때 모습 보는 거 같아 흠칫 놀람.
그리고는 또 나랑 보조를 맞추기 위해 기다린다. ㅋ
다시 이어지는 계단.
이번엔 속도를 슬쩍 내보았더니
방심하다 놀란 듯 화들짝. ㅋㅋ
저만치 앞서가던 녀석이 자판기 앞에 선다.
개찰구에 못 미쳐 '목이 마른가?' 하고 봤더니
잽싸게 나를 앞질러 개찰구를 지나간다.
그 맘 내가 알지.
그냥 기다리기 모하니 딴청 하듯 기다린 거다.
어릴 적 꼭 내 모습.?
어른 옆을 지나가거나
심지어 버스 정류장서 버스 출발할 때
경쟁심이 올라와 레이스를 즐기곤 했던.
기분 좋다.?
더 관찰하고 싶었으나
갈아탈 역을 확인해야 해서
녀석을 향한 시선은 거기까지.
3
돌이켜보니
길에서는 앞만 보고 걸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앞조차 제대로 안 봤을지도.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보지 않고.
아니 어쩌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안보고.
이제 눈을 뜨고 주변을 보니
나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보이네.
변화들이 참 좋다.